로봇과 제가 같은 파란 컵을 동시에 잡았습니다. 컵 안에는 제가 돈을 내고 주문한 블리자드가 들어 있었습니다.

2026년 9월 1일, 제가 찾아간 곳은 중국 상하이시 징안구 우장루 169호 쓰지팡(四季坊)에 있는 DQ Blizzard & Burgers 우장루점이었습니다. 실제 출입구는 스먼이루(石门一路) 쪽에 있습니다. 이 매장에서 흰색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제 고객의 주문 과정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손님으로 방문해 내돈내산으로 블리자드를 주문했고, 로봇이 컵과 장비를 다루는 모습을 보고 촬영했습니다. 초청이나 협찬은 없었습니다.

로봇과 사람이 같은 컵을 잡았습니다

제품을 건네받는 순간은 짧았습니다. 하지만 그 장면까지 오려면 로봇은 사람이 쓰는 컵과 제조 설비, 정해진 작업 순서를 모두 통과해야 합니다. 화면 속 AI가 말을 잘하는 것과, 현실의 매장에서 컵 하나를 놓치지 않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상하이 우장루 DQ Blizzard & Burgers 매장의 Sharpa 휴머노이드 로봇과 제조 설비
상하이 징안구 우장루 169호 DQ Blizzard & Burgers의 카운터. 휴머노이드 로봇과 기존 제조 설비가 같은 작업 공간에 놓여 있다.

이날 제가 확인한 것은 좁지만 분명합니다. 로봇이 유료 주문의 제조 과정에 참여했고, 저는 완성된 제품을 받았습니다. 한 차례의 방문은 매장 전체의 성능을 증명하는 운영 감사가 아닙니다. 다만 피지컬 AI가 시연장을 벗어나 고객의 주문과 맞닿은 장면은 기록할 가치가 있었습니다.

블리자드 한 컵에 55단계

매장 화면에는 ‘STEP 12/55’가 표시돼 있었습니다. 운영사 CFB는 블리자드 제조를 55개의 연속 단계로 설명합니다. 제조사 Sharpa(샤파)는 이 매장에 투입된 로봇을 ‘North’로 소개하고, 기존 매장 장비를 활용해 50~60단계의 작업을 수행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데어리퀸 제조 설비 쪽으로 손을 뻗는 장면
컵 설비 쪽으로 손을 뻗는 장면.
휴머노이드 로봇이 파란 블리자드 종이컵을 다루는 장면
파란 종이컵을 다루는 장면.

이 숫자는 제가 독립적으로 55단계를 하나씩 검증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매장과 기업이 설명하는 작업 구조입니다. 당시 촬영본 역시 여러 장면을 편집한 영상이라 제조 전 과정을 끊김 없이 담지는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55라는 숫자는 중요한 질문을 남깁니다. 손님에게는 아이스크림 한 컵이지만, 로봇에게는 컵을 집고 장비를 찾고 순서를 이어가는 작은 생산 라인입니다. 피지컬 AI의 난점은 ‘무엇을 할 줄 아느냐’보다 ‘현실의 물건과 순서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어가느냐’에 더 가까워 보였습니다.

신기함은 짧고 운영은 깁니다

제가 본 제조 과정은 느린 편이었습니다. 직원과 같은 주문을 놓고 시간을 재본 것은 아니니, 손님으로서 받은 인상입니다.

하지만 매장 도입 여부를 속도 하나로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조금 느려도 오래, 꾸준히 일하고 그동안 직원이 다른 업무를 맡을 수 있다면 가치가 있습니다. 반대로 동작이 빨라도 컵을 잡을 때마다 사람이 붙어야 한다면 자동화의 이익은 줄어듭니다.

로봇을 보러 온 손님은 ‘신기하다’고 말하면 끝입니다. 매장을 운영하는 사람은 숫자를 봐야 합니다. 확인할 숫자는 네 가지입니다.

처리량과 반복성
하루에 몇 건을 시도하고 몇 건을 끝까지 마치는가. 주문이 몰릴 때 대기와 실패는 얼마나 늘어나는가.
사람의 개입
재료 보충과 청소 같은 일상 업무 외에, 로봇의 작업을 이어주기 위한 도움이 몇 번, 몇 분이나 필요한가.
고장과 복구
문제가 생기면 누가 대응하고 얼마나 빨리 정상 영업으로 돌아오는가. 그동안 주문은 어떻게 우회하는가.
총비용과 효과
기계값뿐 아니라 설치·유지보수·소모품·인력 투입을 합친 뒤에도 더 많은 주문 또는 더 나은 서비스로 이어지는가.

아이스크림은 한 컵이었지만, 사업의 계산은 그때부터 시작됐습니다.

한국에서 이 로봇을 쓴다면

한국의 카페나 외식 매장에 같은 기술을 들인다면 로봇의 가격만 비교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설비 배치와 작업량, 기존 장비와의 호환성, 국내 부품 공급과 수리 시간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로봇 한 대를 사는 일이 아니라 매장의 운영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데니스 홍 UCLA 교수도 2026 GGGF 공개 강연에서 피지컬 AI의 핵심은 현장에서 얻는 데이터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로봇을 실제 산업 현장에 배치하고, 거기서 얻은 데이터를 다시 학습과 배치로 연결하는 순환이 중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우장루 DQ에서 제가 본 장면도 같은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로봇의 외형보다 중요한 것은 매일 쌓이는 작업 데이터와 운영 노하우, 부품과 서비스망입니다.

한국은 제조업과 반도체, 배터리, 통신 인프라를 갖고 있습니다. 이 강점이 실제 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멋진 로봇을 만들었는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느 현장에서 어떤 일을 안정적으로 맡겼는가’를 보여주는 사례가 쌓여야 합니다.

B2AGI가 현장으로 가는 이유

상하이 우장루 DQ Blizzard & Burgers에서 블리자드를 든 Henry Chan Jung과 Sharpa 휴머노이드 로봇
상하이 DQ Blizzard & Burgers 우장루점에서 주문한 블리자드와 함께. Henry Chan Jung 제공.

저는 세계 여러 국가에 직접 살면서 사업을 진행했으며, 금융과 국제협력 분야에서도 오랜 경력을 쌓아왔습니다.

그 경험 때문에 기술을 볼 때도 기술만 보지 않습니다. 누가 돈을 내고 도입할지, 어떤 문제가 실제로 해결될지, 사람의 일은 어떻게 달라질지, 고객은 다시 이용할지까지 함께 봅니다. 제품 발표와 현장의 간격은 대개 그 질문들 사이에 있습니다.

B2AGI(비투에이지아이)는 Business to AGI의 줄임말입니다. AI와 로봇이 사업과 일상으로 들어오는 현장을 직접 찾아가 기록하고, 그 변화가 실제로 작동하는 조건을 연구합니다. 현재의 출발점은 주변을 인식하고 로봇이나 기계를 통해 현실의 일을 수행하는 피지컬 AI입니다.

취재의 순서는 Demo → Deployment → Reality입니다. 무엇을 보여줬는지, 실제 고객과 현장에 배치됐는지, 그리고 매일 반복해서 운영되는지까지 따라갑니다. 시연은 시작이고, 배치는 시험이며, 현실은 운영입니다.

상하이 우장루 DQ에서 본 것은 그 세 단계 사이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다음에 보고 싶은 것은 더 화려한 로봇이 아니라 그 매장의 평범한 하루입니다. 바쁜 시간에도 같은 품질로 일하는지, 사람이 얼마나 개입하는지, 비용을 치르고도 쓸 이유가 남는지. B2AGI는 그 답을 현장에서 계속 확인하겠습니다.

출처와 관련 기록

  1. 상하이시 징안구 공식 매장 소개 · 우장루 169호와 출입구 확인
  2. 운영사 CFB의 DQ×Sharpa 로봇 매장 소개
  3. 제조사 Sharpa의 North 사례
  4. B2AGI 현장 영상 · 2026년 9월 1일 촬영
  5. B2AGI 영어 현장기록
  6. 2026 GGGF 데니스 홍 기조강연 보도 · 피지컬 AI와 현장 데이터
  7. 산업통상자원부 피지컬 AI 관련 자료

2026년 9월 16일 수정: 매장명과 주소, 출입구 방향을 징안구 공식 자료와 운영사 발표에 맞춰 추가했습니다.

2026년 9월 16일 추가 수정: 검색 제목과 본문 제목을 통일하고, 내돈내산 표현과 데니스 홍 교수의 공개 강연 출처를 반영했습니다.

정정 요청: b2agi@icloud.com. 중요한 수정은 날짜와 함께 기록합니다.